얼마전 후방추돌 교통사고로 인해 한방병원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하필 토요일 근무와 겹쳐 급하게 주말에 늦게까지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서 다녀왔는데요.
병원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자생한방병원 (교통사고분야로는 자생한방병원이 일타라고 하더라고요.)과 더불어 교통사고 관련 병원으로 꽤나 유명한 병원이었습니다.
아직 치료는 진행중이지만 오늘은 교통사고 전문 한방병원 방문 후기를 솔직하게 적어보고자 합니다.
1. 교통사고 한방병원 시스템
간략하게 한방병원의 시스템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접수처에 교통사고 보험 접수번호를 댄다.
2) 보험관련 직원이 간략하게 문진을 한다. (사고 경위, 사고 유형(후방추돌인지, 쌍방인지, 측면에서 박았는지 등등), 사고 난 후 시간이 얼마나 경과했는지, 어디가 제일 아픈지 등등을 간단하게 대답)
3) 더블보드 의사를 만나서 통증부위나 양상을 다시한번 말한다.
한방병원이 신기했던 점은 양의/한의사 자격을 둘다 가진 더블보드 의사들이 있었습니다.
(학생때 정말 힘들었을듯.. 학사과정만 도합 12년)
만약 정형외과와 같은 진단과 치료를 바라신다면 한방병원은 맞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더블보드 의사는 맨 처음 초진시에 한번보고 그 뒤로는 보지 못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며
-이 의사도 정형외과 전문의는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4) 의사가 필요한 엑스레이 등을 선별하여 설명하고 엑스레이를 촬영한다.
아마 이 엑스레이를 보고 진짜 뼈에 문제가 있는 경우 한방병원에서 진료가 되는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방문한 병원은 정형외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가정의학과 전문의였음 = 외과적으로 진단이 어려울 수 있음..)
정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면 영상의학과 전문의라도 있어야 판독을 할테니 그런 병원으로 찾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일단 본인이 증상을 보고 매우 심한 통증이나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라면 뼈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므로 한방병원말고 응급실이나 정형외과를 가셔야 할 것 같아요. 한방병원은 그것보다는 좀더 가벼운 근육문제 등에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5) 엑스레이를 보고 한의사에게 넘겨질지 말지 결정됩니다.
저의 경우 엑스레이 상으로는 문제가 없어서 바로 한의사에게로 토스.
개인적으로 한의학을 그리 신뢰하지는 않습니다만, 주말 진료 병원이 여기밖에 없어서 그냥 진료 받았습니다..
6) 한의사 진료 및 약침, 도수치료 들어감
한의사를 배정받고 진료받으러 들어갑니다. 간단하게 문진 후 옆에 곤장 맞을 때 누워있는 곤장대같은 의자가 하나 있습니다. 얼굴을 박을 수 있게 구멍이 뚫려있어요ㅋㅋ 거기에 엎드립니다.
보통 후방추돌 교통사고 후의 통증은 목이나 허리에 많이 오게되는데요. 이게 위플래쉬 효과 때문이라고 해요.
위플래쉬 효과는 후방추돌시 목이 채찍(위플래쉬)처럼 휘청이면서 디스크나 근육 손상을 야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무튼 엎드리고 있으면 의사분이 경추부터 시작해서 척추를 꼼꼼하게 누르십니다.
그러다가 아픈부위를 얘기하면 갑자기 침을 놓으십니다. 저는 엎드려있으니 영문도 모르고 그냥 침을 맞았습니다.
(이걸 약침이라고하면서 보험 청구를 따로 하는 느낌이었음)
그리고 침 맞은 부위에 부황을 뜹니다;; 집에 와보니 페퍼로니 한조각이 등에 있더라고요.
참고로 저는 교통사고가 좀 크게 난 편이었는데 주말에는 입원을 안받는 분위기였습니다.
바로 권유하실 줄 알았는데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그런 얘기는 안하시더라고요.
어차피 저는 K-노예이기때문에 입원도 못하는 사정이었으나.. 아무튼 그랬습니다.
7) 그리고 나와서 침을 본격적으로 맞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침대가 쭉 있고 등이 뚫린 옷같은걸 주십니다.
상의 탈의 후 그걸 입고 옆으로 누워있으면 의사분이 다시 들어오시고 목부터 시작해서 허리까지 쭉 침을 다다닥 맞습니다. 그리고 전기충격(?)+빨간 레이저를 한 10~15분정도 맞고있습니다. 첫날은 뜸도 하나 떠주심.
충격적인 것은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후 또 30분가량의 물리치료 코스가 있습니다.
8) 물리치료
침 치료 이후 찜질과 전기자극 물리치료를 받습니다.
저는 이게 제일 좋더라고요. 침은 좀 침습적이라서 감염도 걱정되고 (요새는 다 일회용 침을 쓰긴 하지만 그냥 피부 속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찝찝했어요.) 전기를 주는 것도 느낌이 썩 좋지가 않았는데.
따뜻한 찜질은 노곤노곤하니 좋았습니다.
참고로 사고 후 17일 이내에는 급성기로 분류되어 물리치료를 두군데 받을 수 있고 그 이후에는 한군데만 받을 수 있다하네요.
충격적인 것은 이게 끝이 아닙니다.
9) 대망의 한약
마지막에는 근육의 염증을 줄이고 어혈(?)을 풀고자 한약을 한보따리 쇼핑백에 담아 주십니다.
성분을 물어보니 대답을 잘 안해주시고 한의사 쌤한테 다시 물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한약은 성분을 잘 모르기 때문에 역시나 제 돈이였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이 모든 한방병원의 코스는 자동차 보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원하는 사람들 모두 그냥 받아가는 분위기 였습니다.
막상 먹어보니 맛도 괜찮더라고요.
2. 미미맴의 결론
그래서 결론적으로 교통사고에 한방병원이 흥할 수 밖에 없겠구나 느꼈습니다.
침과 한약 그리고 적절하게 섞인 양의학의 치료 코스까지 뭔가 패키지스럽게 잘 구성해놓았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것이 자동차 보험(줄여서 자보)으로 커버가 되다보니 환자들도 치료에 적극적이고, 병원에서 제안하는 것들은 대부분 수용하는 분위기입니다.
교통사고 한방치료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재활의학이나 물리치료시 침은 일종의 TENS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에 어느정도 효과는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통사고와 같이 강한 충격이 몸을 때렸을 때 골절이 아니고서는 연조직 문제의 비중이 꽤나 크기 때문에 한의학도 괜찮아보여요. 다만 한약섭취와 같은 부분들은 알아서 판단하시길.
저는 아직 통증이 있어서 통원치료를 할 예정입니다만 천성이 귀찮음이 강해서 새로운 병원을 찾고 옮기고 하는 것들은 맞지 않더라고요. 지속적으로 한방병원을 다니면서 생각나는 것들이 있으면 추가적으로 후기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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