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은 웰빙 열풍으로 들끓었던적이 있다.
원래 의미는 미국의 중산층이 첨단 문명에 대항해 자연주의 등을 받아들여 선택한 삶의 방식이라고 한다.
그때 몸짱 아줌마, 복근 연예인 등의 이미지와 함께 급부상하여 요가, 피트니스, 유기농 음식의 소비가 늘어났었다. 항상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살면서 영양적으로 불량한 음식을 먹고, 죄책감을 안고 수십만원의 PT를 결제하는 굴레 속에서 살아왔다. 또한 우리나라는 경쟁적인 구도가 만연하기 때문에 개인의 삶과 가치가 등한시되는 경우가 많다. 나 조차도 학업적, 직업적 성취 그리고 거기서 파생하는 경제적 성취까지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런 성취들을 평가 절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의 시험을 보고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여유롭고 안정적인 상황에서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과연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었던가 싶다. 특히 작년에는 논문에 대한 압박감과, 또 한편으로 진료를 더 보고싶은 욕심으로 똘똘 뭉쳐 소위 "욕망의 항아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 욕망의 항아리 검색해보니 유희왕 카드 종류 중 하나로 나오는데 사진이 정말 기괴하다.)
신은 공평하기 때문에 (물론 니체는 신이 죽었다고 했지만) 얻고자 하는게 있다면 무언가 내주어야 한다. 나는 내 개인의 감정, 타인에 대한 배려를 놓아버렸다. 그러다보니 모든 일이 그냥 무던해지고, 로봇처럼 수행하기만 하면 성과가 났는데 그렇다고 폴짝 폴짝 뛰면서 기뻐하지도 않았다. 허무주의로 빠진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아무튼 앞선 이야기들을 차치하고 햇살 보면서 이 시간에 내 생각을 끄적이고 있다는 자체에서 갑자기 강한 행복감을 느꼈다. 옛말에 안분지족이라는 말이 있지 않았던가. 지금 내 환경에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는 삶이 건강한 것 아닐까? (라고 자위하는 것도 있지만 - 아직 로봇끼가 덜 빠졌음)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펠로우는 절대 못하겠다는 생각이 지금와서 더 강하게 든다. 내가 해보지 않은 영역을 평가하는 것은 말이 안되지만 그냥 객관적으로 나의 직업적 가치에 부과한 돈과 시간에 비해 나오는 output이 말도 안되게 작다. 한때 박사뽕이 올라왔을 때는 일년만 더 할까 생각했었는데, 정신차리고 도망친 나 칭찬해. 대신 교수로서 계속 연구하는게 즐겁고 흥이 난다면 당연히 계속하는게 맞다. 자꾸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데, 아무튼 건강하게 산다는 것? 결론적으로 정신적인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의,식,주 어느정도 해결된다는 하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기객관화가 잘 되면 그 이후의 행동과 가치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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